"아무거나"가
제일 어려운 이유
12시 5분, 팀 단톡방에 누군가 "점심 뭐 먹지?"를 던졌어요. 돌아온 답은 "아무거나", "나도 아무거나". 그럼 국밥 어때요, 했더니 "국밥은 어제 먹어서…". 김치찌개는 너무 맵고, 돈가스는 멀고. 결국 12시 25분까지 아무도 일어나지 못했어요.
다들 진심으로 아무거나 괜찮은데, 이상하게 그 '아무거나'를 고르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워요. 이건 성격 탓이 아니라 사람 뇌가 원래 그렇게 생겼기 때문이에요.
잠깐, 먼저 맞혀볼까요?
마트 시식대에 잼을 6종류 놓았을 때와 24종류 놓았을 때, 실제로 잼이 더 많이 팔린 쪽은 어디일까요?
정답 보기
6종류일 때예요. 심리학에서 유명한 '잼 실험'인데, 24종류를 놓았을 땐 구경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실제로 산 사람은 약 3%에 그쳤고, 6종류일 땐 약 30%가 샀다고 해요. 고를 게 많을수록 오히려 아무것도 못 고르게 되는 거죠.
고를 게 많으면 고르기 싫어진다
이런 현상을 '선택 과부하'라고 불러요. 선택지가 늘어나면 하나하나 비교하는 데 에너지가 들고, 고른 뒤에도 "다른 걸 골랐으면 더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커져요. 그래서 뇌는 차라리 결정을 미루는 쪽을 택해요.
여럿이 모이면 여기에 하나가 더 얹혀요. 눈치예요. 내가 고른 메뉴가 별로면 어쩌지, 누가 싫어하면 어쩌지. 그래서 모두가 "아무거나"를 외치며 결정을 서로에게 미루는, 묘한 눈치 게임이 시작돼요.
무작위가 사이를 편하게 만드는 이유
이럴 때 룰렛이나 제비뽑기가 의외로 잘 통하는 건, 결정의 책임을 아무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에요. 룰렛이 짜장면을 골랐으면 짜장면인 거예요. 누가 고른 게 아니니 아쉬워도 탓할 사람이 없고, 오히려 "룰렛이 그렇다는데" 하면서 다 같이 웃게 되죠.
편 가르기도 마찬가지예요. 친한 사람끼리 뭉치면 누군가는 소외감을 느끼고, 실력으로 나누면 마지막에 뽑히는 사람이 상처받아요. 무작위로 나누면 그런 계산이 아예 끼어들 틈이 없어요.
룰렛 결과가 아쉽다면, 그게 진짜 마음
재밌는 요령이 하나 있어요. 룰렛을 돌렸는데 결과를 보고 "아, 그건 좀…" 하는 생각이 든다면, 사실 마음속엔 이미 먹고 싶은 게 있었다는 뜻이에요. 동전을 던질 때 공중에 떠 있는 순간 "앞면 나와라" 하고 바라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예요.
그러니 룰렛은 결정을 대신해주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내 진짜 마음을 꺼내주는 도구이기도 해요. 결과가 아쉬우면 솔직하게 "사실 나 마라탕 먹고 싶었어"라고 말해도 돼요. 그 한마디가 20분 눈치 게임을 끝내줄 거예요.
상황별로 이렇게 써보세요
룰렛에 넣는 후보는 너무 많지 않은 게 좋아요. 잼 실험처럼, 후보가 적을수록 결과에 더 쉽게 만족하거든요. 다들 싫어하는 메뉴는 미리 빼고, 괜찮은 것 몇 개만 남겨서 돌려보세요.
진짜 공평한지 궁금하다면
손안의도구의 룰렛, 팀 나누기, 제비뽑기는 모두 브라우저의 보안 난수로 결과를 정해요. 누를 때마다 처음부터 새로 정해지고, 어떤 칸이나 사람이 더 잘 나오도록 기울어져 있지 않아요. 실제로 수만 번 돌려서 모든 결과가 고르게 나오는 것도 확인했어요.
다음 점심시간, 단톡방에 "아무거나"가 두 번 이상 올라오면 룰렛 링크를 던져보세요. 4초면 끝나요.